세계 1위 CATL, “脫미국” 선언하며 글로벌 무대 확대…K배터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중국 배터리 1위 기업 CATL이 홍콩 증시에 상장하며 글로벌 자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미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음에도 다시 홍콩에 입성한 이유는 명확하다. 더 이상 중국이라는 한정된 자금 풀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 투자자 참여를 배제한 ‘레귤레이션 S’ 방식을 채택하면서 명확한 ‘脫미국’ 메시지를 던졌다.

 

CATL은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1억1790만 주를 발행하고, 주당 263홍콩달러에 공모해 약 7조4000억 원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 이후 홍콩 최대 규모 상장이자, 올해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를 피하면서도 카타르, 쿠웨이트 등 글로벌 투자기관을 유치해 수요 예측을 초과 달성했다. 미국 뮤추얼펀드 같은 일부 자금은 제외됐지만, CATL은 자신 있게 "미국 투자자 없이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미국 자본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전략은 미·중 갈등이 금융 영역까지 번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CATL을 ‘중국 군사기업’ 리스트에 올리며 경계하고 있다. CATL은 법적·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다.

 

모은 자금의 90%는 헝가리 공장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생산기지 확대가 아닌, CATL이 유럽 내 완성차 브랜드들과 공급망 주도권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CATL과 BYD 등 중국 ‘빅2’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올해 들어 55.1%로 상승한 반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한국 3사의 점유율은 17.7%로 하락했다. CATL은 단순히 시장을 키우는 수준이 아니라, 경쟁자를 점점 밀어내고 있다.

 

중국 내수에 머물던 기술기업들이 국제 무대로 본격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 속에서, 자본 조달 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이 성패를 가를 요소가 되고 있다.

 

CATL의 이번 홍콩 상장은 단순한 기업공개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권력 지형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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