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무려 105조 원에 달합니다. 세계적인 기업 기준으로도 막대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자금은 정작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실질적 투자'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의 기대가 컸던 대규모 인수합병(M&A)조차 수년째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약 9조 원)를 통해 미래 사업 영역인 커넥티드카 분야에 발을 들였고, 이후에도 공격적인 M&A를 예고했으나, 그 이후 7년 가까이 대형 거래는 전무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경쟁사들은 AI, 반도체, 전장,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격적인 인수로 몸집을 키웠습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인텔, TSMC, 엔비디아 등도 M&A를 통해 기술력을 강화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왜 105조 원이라는 엄청난 유동성을 쥐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걸까요? 핵심 이유로는 ‘리더십 리스크’가 꼽힙니다. 이재용 회장이 ‘총수 역할’은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경영권이 불안정한 상태이며, 대규모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 이후 위축된 결재 시스템과 준법감시 제도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소극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내부 승인을 받아야 할 절차가 과도하게 복잡해졌고, 사회적 눈치를 보게 되는 환경도 M&A 추진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무엇을 해도 비판받는다’는 내부 기류가 존재하며, 이는 과감한 승부수보다는 보수적인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더불어 외부적 환경도 삼성의 M&A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글로벌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어 인수 비용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반도체 업황 불안정성, 글로벌 기술 규제 등도 삼성이 M&A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복합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소극적 행보가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는 ‘현금만 많은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갇힐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쌓아둔 현금이 주가 상승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부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M&A 부재와 미래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가 보유한 105조 원은 ‘있는 돈’이지만 ‘쓸 수 없는 돈’이라는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명확한 비전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 그리고 내부의 과도한 위축을 탈피하는 조직문화 변화가 요구됩니다. 시대는 이미 AI와 반도체, 전장, 바이오 등 미래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현금 보유’가 아니라, 그 현금을 움직이게 만드는 ‘용기 있는 전략’입니다.
'기업 경영, 세계 기업, 브랜드, 직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엔비디아, 빅테크 의존도 줄이고 매출 다각화…정부·기업 시장 공략 강화 (4) | 2025.05.25 |
---|---|
삼성전자, 닌텐도 '스위치2' 메인칩 생산 맡아…TSMC 제친 의미는? (4) | 2025.05.24 |
현대차, 사우디에 첫 생산기지 착공…중동시장 공략 본격화 (2) | 2025.05.22 |
세계 1위 CATL, “脫미국” 선언하며 글로벌 무대 확대…K배터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4) | 2025.05.20 |
"전기차도 정직해야 오래 간다 – 샤오미 SU7의 추락 이야기" (4) | 2025.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