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서해에서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며 동북아 해양 안보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중국 해상안전국은 롄윈강 인근 해역을 포함해 세 곳을 항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이 중 한 곳은 한국 EEZ 내부만을 포함하고 있어 군사훈련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주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전략적 목적이 분명한 ‘회색지대 전술’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이미 2018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서해 PMZ(잠정조치수역) 내에 해양 구조물을 설치하며 기정사실화 전략을 펼쳤고, 2022년에는 시추 설비 형태의 관리 기지를 추가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의 해상 연어 양식선 ‘쑤하이 1호’를 투입하며 민간과 군사적 목적을 동시에 내세운 ‘복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한국은 물론, 서해상 미군의 전략 자산 배치와 활동을 감시·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공해상 군사활동 자체는 국제법상 금지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직접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국 EEZ 내부를 별도의 공지 없이 훈련 구역으로 지정하고 선박 통행을 제한하는 방식은 명백한 해양 질서 교란 행위이자 사실상의 주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일환이기도 하다.
한국 입장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전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중국은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면서도 점진적으로 해양 공간을 잠식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미군의 전략 자산 접근을 감시하고, 동시에 한국의 해양 자원 확보 및 방위 역량을 제약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 결국 서해는 한국과 중국만의 영역이 아닌, 미중 전략 경쟁의 또 다른 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일시적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EEZ에서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해양 감시체계와 군사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 및 공동 대응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국내 해양 정책 전반을 재정비하고 회색지대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 준비가 요구된다.
서해는 단순한 해역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적 생명선이며, 안보의 최전선이다.
중국의 서해 활동은 한국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미군 전략 자산에 대한 감시와 대응이라는 더 넓은 지경학적 맥락 속에서 분석돼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냉정한 인식과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국가 안보, 국방, 무기,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크라이나 FPV 드론 공습, 러시아 전략기지 타격…한국 도입 시 전망과 과제 (4) | 2025.06.20 |
---|---|
"훈련기에서 전투기로"…FA-50과 KF-21, 한국 방산 기술이 여는 새로운 시대 (4) | 2025.06.20 |
김정은의 러시아 파병 확대와 트럼프 시대 대북외교의 향방 (2) | 2025.06.19 |
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 미국 거부 시 프랑스·인도 협력 검토 필요 (2) | 2025.06.18 |
“떠 있는 항공모함” 한국, 주한미군 전략 재편과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성 (9) | 2025.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