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드러나는 글로벌 본색…정부의 무대응과 노동자들의 안일함도 문제다

한국GM이 국내 자산 매각에 나서며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한국GM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2공장의 일부 부지와 설비를 매각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비효율 자산 정리라고 설명하지만, 같은 날 미국 뉴욕주 토나완다 엔진공장에 1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자산을 정리하면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모습은 GM이 한국 시장에서 점차 손을 떼고 있음을 보여준다.

 

GM은 그동안 한국에서 연간 약 5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해 왔으며, 이 중 약 90%를 미국 등 북미 시장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전면에 나서며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한국GM의 수출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4년 1~4월 한국GM의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주력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노후화도 판매 부진에 한몫했다.

 

GM의 선택은 명확하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관세 리스크가 있는 한국보다는, 정치적으로 우호적이고 내수시장 보호정책이 강화되는 미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철수를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자산 매각과 투자 이전의 결정적 시차와 패턴은 이를 반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GM이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우리 정부와 체결한 ‘10년간 국내 공장 유지’ 합의다.

이 계약은 2028년 종료되며, 이후 GM이 한국에서 철수해도 법적 책임은 없어진다.

계약 종료가 3년밖에 남지 않았고, 이번 자산 매각이 그 시점에 맞춰 진행되는 점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기업의 자율적 판단’이라는 말로 상황을 방치하고 있으며, GM과의 추가 협상이나 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 군산공장 폐쇄 당시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기습 철수’에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경고등이 켜졌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노동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군산공장 폐쇄 이후에도 ‘조건부 합의’로 현재의 고용을 연명해왔지만, 정작 산업 재편에 대한 대응이나 노사 공동의 생존 전략은 부재했다. 구조조정 위협에도 기존의 강경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

 

한국GM은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익이 되는 시장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부담이 되는 지역에서는 조용히 철수하는 글로벌 자본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손을 놓고 노동계가 단기 대응에만 머무른다면, 2028년 이후 한국GM의 완전 철수는 현실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좇는다. 문제는 한국이 그 ‘이윤 방정식’에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늦기 전에 정부, 노동계, 지역사회가 함께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은 창원일 수 있고, 그다음은 정비 네트워크 전체일 수도 있다. 철수설은 소문이 아닌, 진행형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