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을 통해 본격적인 ‘협치’ 시동을 건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이 회동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정치권의 민감한 사안들—특히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국무총리 인준 등—에 대한 여야 간 공감대 형성과 협조 요청의 장이 될 전망이다.
협치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오래된 화두이자, 실천이 어려운 과제다. 강한 대통령 중심제 아래서 야당과의 조율 없이 독자적 정책을 추진하면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린다. 이재명 대통령도 출범 직후부터 특검법 갈등, 총리 임명 지연, 추경 처리 난항 등에서 그 현실의 벽을 체감하고 있다. 이번 오찬 회동이 단순한 제스처를 넘어 실제 정치적 조율의 시작이라면, 그 상징성과 실효성 모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민생 회복을 명분으로 한 2차 추경안 처리다. 정부는 전 국민에게 차등 방식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야당은 여전히 예산 편성의 실효성과 집행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협조를 유보하고 있다.
둘째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문제다. 여야는 도덕성과 업무 능력, 과거 행적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회동에서 이 사안들에 대해 어떤 설득 논리를 제시할지가 핵심 포인트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초기의 ‘정치적 독주’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협치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최근 대통령실은 연일 국회를 향해 ‘민생 우선’, ‘야당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협치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이행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는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야당 역시 협치의 진정성을 시험하려는 태세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추경안 심사는 야당 입장에서도 국정 견제의 기회이자, 동시에 국민 민심과의 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 모두 ‘명분 있는 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오찬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국정 전반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태도에 달려 있다. 협치는 말이 아닌, 실제 야당의 입장을 수용하고 조율하려는 자세에서 출발한다. 특히 국무총리 임명과 추경은 모두 국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으로, 이 사안에서 협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향후 모든 입법과 예산에서도 마찰은 불가피하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 여부는 결국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얼마나 함께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오찬이 여야 지도부가 정치적 이익을 넘어 공동의 책임을 공유하는 계기가 된다면, 단순한 정치 이벤트를 넘어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협치’란 단어가 빈말이 아니라 실천이 되기 위해선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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