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속 숨은 위기…한국 경제, 제도 개악으로 추락하나

한국의 4월 경상수지가 2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숫자만 보면 긍정적인 신호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교역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고 흑자 폭은 전년 대비 축소됐다. 통계상 흑자는 유지되었으나, 이는 에너지 수입 감소와 수입 억제의 영향이 컸고,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같은 시기 코스피 지수는 장중 2,900선을 돌파하며 투자 심리 회복을 암시했지만, 이것 역시 유동성 확대와 기대감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 주식시장은 선행 지표일 수 있지만, 실물 경제와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5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24만 5천 명 증가하며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도 사실이지만, 증가한 일자리의 상당수가 공공 일자리이거나 고령층 단기 일자리에 편중된 것이 문제다.

 

이러한 단기적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성 정체, 민간 투자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는 경제 체질 개선보다는 오히려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법 개정안과 이른바 ‘노란 봉투법’이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게 만든다. 창업과 도전을 장려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경영인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노란 봉투법은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동자에게 광범위한 면책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명분상으로는 노동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생산과 공급망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노조가 강성일수록 기업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갉아먹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러한 제도 변화는 ‘일하지 않는 청년’과 강성 노조를 부추기고, 기업가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마저 흔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인기 정책이 아니라, 민간 활력을 되살리는 제도 개혁이다. 청년 일자리는 민간 기업의 성장에서 비롯되며, 혁신은 자유로운 시장 환경에서 탄생한다.

 

흑자 행진이나 고용 증가 같은 지표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글로벌 보호무역의 파고, 기술 패권 경쟁, 인구 구조의 급변 속에서 한국 경제는 이제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시장친화적 개혁 없이 정치 논리에 따라 제도를 뒤틀다 보면, 지금의 작은 흑자는 미래의 더 큰 적자의 전조로 남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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