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꺼낸 ‘임기단축형 4년 중임제 개헌’ 제안이 보수진영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개헌안은 권력구조의 재편을 겨냥한 것으로, 단순한 공약 수준을 넘어 ‘반이재명 전선’ 구축을 위한 실질적 빅텐트의 연결 고리로 작용할 조짐이다.
김 후보의 개헌안은 대통령 임기를 현재보다 2년 줄여 3년으로 제한한 후, 이후부터 4년 중임제를 적용하자는 방식이다. 이는 이미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제안한 개헌안과 사실상 동일하며, 그간 권력 분산형 개헌을 주장해온 손학규, 이낙연 등 중도·개혁 세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김 후보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이 아닌, 정계 재편을 겨냥한 실질적 제안으로 평가된다.
한덕수 전 총리 측의 반응도 흥미롭다. 김 후보와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던 인물들조차 이번 개헌 제안을 고리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거 한 전 총리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후보의 개헌 제안 이후 "자연스럽게 개헌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정대철 헌정회장, 이낙연·손학규 전 대표 등 개헌에 우호적인 정치인들이 힘을 보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 개헌론의 중심에는 새미래민주당도 있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이 정당은 개헌 논의에 개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과 김 후보의 개헌 제안으로 인해 ‘반명연대’의 명분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본다. 아직 김문수 후보와의 직접 접촉은 없다고 밝힌 손학규 전 대표도 개헌 필요성에는 여전히 공감하고 있어, 향후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통합 기류는 강해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87년 체제를 끝내고, 다음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권력축소형 개헌을 이루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주장하며 당내 대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세 현장에 합류했고, 한동훈 전 대표도 광안리, 서문시장, 청주, 원주 등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김문수 후보가 보수진영을 넘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 주최 정책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치켜세우며 “어제 토론의 MVP는 이준석이었다”고 언급하는 등, 보수 분열을 봉합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에 선을 그으며 “제 정치 입장이 달라질 것은 없다”며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8.7%,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8%를 기록해 제3지대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재명 후보를 저지하기 위해 ‘거국 내각’ 등 이 후보를 겨냥한 다양한 정치적 제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김문수 후보의 개헌 제안은 단순한 공약 발표를 넘어 정치 지형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는 예측 불가능한 생물이다. 개헌이라는 키워드가 언제, 누구와 어떻게 손을 잡게 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권 교체를 넘어 체제 전환을 위한 기류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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