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토론, 싸움판이 아닌 정책 검증의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선 토론은 국민이 직접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장치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의 대선 토론 방식은 과연 이러한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행 토론은 상대를 공격하거나 말싸움을 유도하는 구조에 가까워, 정책의 실질적 내용보다는 자극적 장면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의 토론은 여러 후보가 제한된 시간 안에 발언을 이어가고, 주도권을 가진 후보만이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구조다.

이 때문에 깊이 있는 정책 검증은 어렵고, 후보들은 구체적 설명보다는 인상적인 말 한마디에 의존하게 된다. 사회자는 형식적 중재자에 머물며 토론의 흐름을 통제하기보다는 시계만 쳐다보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유권자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정치 혐오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유권자들은 단순한 구호나 감정적 발언보다는, 각 후보가 실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해법을 기대한다. 복잡한 사회 문제에 대해 단순히 "하겠다", "막겠다"는 식의 선언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국민은 전문가 수준의 깊이 있는 진단과 실현 가능한 정책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효과적인 대선 토론 방식으로 ‘1:1 맞춤형 문답 구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후보가 특정 주제에 대해 직접 상대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자는 흐름을 조율하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논쟁과 정책 검증이 가능해진다.

 

이 방식은 단순히 말싸움을 지양하고, 전문성과 현실성에 기반한 토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현행 토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보가 준비된 정책을 제시하면, 상대는 그 허점이나 한계를 지적할 수 있고, 이어지는 응답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과 논리력이 드러난다. 즉흥적인 대응 능력과 태도도 동시에 평가받게 되며, 이는 유권자에게 훨씬 더 정제된 정보로 다가온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정책 중심의 문답식 토론이 확대되고 있다. 사전에 주제를 정하고, 후보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쟁하는 방식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도 단순한 발언 시간 배분에 의존하지 말고, 주제별 대결 구도를 통해 후보 간 차이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도록 토론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지금의 대선 토론은 종종 감정적인 설전으로 흐르며, 유권자에게 정치가 싸움으로만 비쳐지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정치란 갈등을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일이다. 따라서 대선 토론 역시 후보가 전문가 수준의 사고와 해법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검증의 장이어야 한다.

 

결국 21세기의 대선 토론은 과거의 형식적인 말잔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말솜씨를 뽐내는 무대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증명하는 정책 무대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제는 보다 세부적이고 구조화된, 그리고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토론 방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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