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항 늘어나는데…또 새로운 공항? 실효성 없는 지역 개발, 이대로 괜찮은가?

지방의 균형 발전과 접근성 강화를 이유로 전국 곳곳에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15개 공항 중 상당수가 만성적인 적자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양양국제공항, 무안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 등이 있다. 이들 공항은 연간 이용객이 수백만 명 이상인 대형 거점공항에 비해 수요가 매우 낮아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지방 중소공항의 절반 이상이 수년째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무안공항은 대규모 확장 공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선 운항이 극히 제한적이며, 양양공항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운영 유지조차 버거운 공항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항 건설 계획은 과연 타당한가?

 

최근 발표된 부산 가덕도신공항, 새만금공항, 흑산공항 등의 신규 건설 계획은 정치적 목적이 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거철마다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으로 등장하는 공항 신설이 과연 경제적 논리로 뒷받침되는지 의문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입지 선정 과정부터 정치적 논란이 있었고, 사업비 부담과 환경 훼손, 안전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새로운 공항이 관광객과 물류를 유입해 지역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수요가 분산되고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비슷한 기능의 인접 공항들이 이미 존재하는데 굳이 또 하나를 건설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자 구조적 비효율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무분별한 공항 건설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막대한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지만, 정작 완공 이후 적자 운영으로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장기적으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교통망 정비, 지역 내 산업 고도화, 관광 콘텐츠 개발 등 더 근본적인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인프라 확충의 일환으로 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수요가 불분명한 공항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지방 발전의 방향은 단순한 기반 시설 건설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과 인구 유입 전략에서 찾아야 한다. 단기성과에 매몰된 정치적 결정은 결국 지방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재정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무작정 새로운 공항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항의 효율적인 운영과 통폐합, 교통체계 전반의 재설계다. 철도, 고속도로, 환승 시스템 등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정치권과 지자체는 인기 영합형 정책을 내려놓고, 장기적 관점에서 공공 인프라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공항은 하늘길을 여는 관문이지만, 공허한 약속으로 남을 경우 그것은 하늘이 아니라 재정의 구덩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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