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 유통 산업의 구조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신청과 매각 추진이 본격화되며, 단순한 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를 넘어 한국 유통산업 전체의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소비자 물가, 지역경제, 중소상공인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다.

 

홈플러스는 과거 전국 400여 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한 대형 유통망으로서 유통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지만,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수익 중심의 경영이 강화되며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 특히 점포 부동산의 매각과 임차 전환이 반복되며 지역사회와의 연계성도 크게 약화되었다.

 

MBK는 인수 이후 배당과 자산 매각을 통해 충분한 수익을 실현한 반면, 고용 안정과 지역 경제 기여는 뒷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부채와 고용 문제로, 그 책임은 사회에 전가되는 구조다. 이는 사적 수익과 공적 손실이라는 전형적인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 가치는 계속기업 가치보다 1조 2,000억 원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기업 유지보다 청산이 더 수익성이 있다는 의미로, 회생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현 상황은 단순 경영 실패가 아닌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오늘날 한국 유통산업은 고물가, 고임대료, 온라인 전환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의 생존 기반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으며,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망의 변동은 산업 생태계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단기 보조금이나 일회성 지원을 넘어서 유통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핵심은 공공 목적의 특수법인(SPC)을 통해 홈플러스와 같은 자산을 공익적 기반으로 전환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운영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SPC를 통해 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민간의 자율성과 공공적 책임을 조화시킬 수 있다. 이는 과거 공기업과는 다른 민관 협력형 모델로, 투명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일본 세이큐나 프랑스 에코마르쉐처럼 협동조합 기반의 유통 구조는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공공성과 시장성을 조화롭게 통합한 성공적인 사례로, 한국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행복한 세상’ 등 공공 유통 조직과 홈플러스의 기존 인프라를 통합하면 공동 구매, 물류 일원화, 소비자 중심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이는 중소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투기 자본의 단기 수익 중심 경영이 얼마나 유통산업의 지속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MBK는 수년간 수익을 회수하고, 이제는 법정관리라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구조를 취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산이 현실화되면 약 10만 명에 이르는 고용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이는 국민경제와 지역사회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홈플러스 문제는 단순한 기업 회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 안전망 구축과 직결된 중대한 정책 과제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공공 유통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유통 구조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유통 개혁은 고용 안정, 소비자 보호, 소상공인 경쟁력 회복이라는 복합 목표를 아우르는 시대적 과제이며, 정부의 기능과 정책 역량이 재정립되어야 할 시점이다.

 

유통산업은 이제 자본 중심에서 사회적 책임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홈플러스의 공공 자산화는 단지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며, 민생을 보호하는 제도적 예방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 실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실행이다. 누구나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을 말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이는 드물다.

실행 주체의 부재와 책임 회피, 그리고 투기 자본에 편승한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통 개혁은 공허한 구호에 그치게 된다.

 

홈플러스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 유통 구조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를 공공 유통 생태계로 전환하는 기회로 만든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조 전환의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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