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해결책인가 또 다른 실패의 전조인가

제주 제2공항 건설 논란은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공공정책의 타당성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는 혼잡한 제주국제공항의 수요 분산을 이유로 대규모 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과연 이 방식이 최선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공항은 연간 3천만 명에 가까운 이용객이 몰리는 과밀 공항이다. 항공 지연과 안전 문제 역시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이 반드시 새로운 공항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슬롯 조정, 운항 시간 분산, 기존 시스템의 고도화 등 다른 대안들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이는 과거 실패했던 지방 공항 사례들과 닮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강릉공항과 양양공항이다. 양양공항 개장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이미 대체 예정인 강릉공항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사례는 행정의 비효율성과 정책 혼선을 여실히 보여준다. 두 공항 모두 수요 예측에 실패했고, 결국 국고만 축내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이 이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 일대는 숨골, 용암동굴, 철새 도래지 등이 분포한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과거 환경부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이 지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공공성의 훼손이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경제성도 미지수다.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는 급변하고 있고, 고속철도·해상 운송 등 타 교통수단의 발달로 항공 의존도는 낮아지는 추세다. 일본의 시모노세키 공항이나 스페인의 시우다드레알 공항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운영 부진으로 적자를 기록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많다. 결국 이 공항이 제주도민이나 국민 전체가 책임져야 할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제주도처럼 국토 면적이 좁고,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공항과 같은 거대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은 단순한 개발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가 하락과 경관 파괴로 인한 지역경제 타격도 우려된다. 이런 위기를 공항으로 타개하려는 시도는 공공성보다 투기적 관점에 기대는, 잘못된 자본의 논리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이 실제로는 일부 자본세력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이는 공공 정책이 아니라 개발주의적 사적 이익 추구에 불과하다. 공항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수십 년간 비용과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인프라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항’이 아니라 ‘더 나은 판단’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그 자체로 해법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실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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