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던 40대 직원 A 씨가 과로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사 검증 업무를 맡고 있던 A 씨는 다행히 현재 의식을 회복했지만, 이 일은 공직 사회의 과도한 업무 부담과 시스템 부재를 드러낸 사건으로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건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직원의 건강 회복을 최우선으로 당부하고, 공직자들의 헌신에 존경을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 구조와 인력 부족 속에서 일부 직원들에게 업무가 과중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대통령실 내 업무 조정이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공직 사회 내부에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낸 시점은 여러모로 민감하다. 본인의 재판 일정이 연기되며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야권은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외교·안보 불안, 고물가 등으로 민심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는 단순한 위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성동격서는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는’ 전략으로,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하나의 이슈를 활용하는 전술이다. 국정 부담과 사법 압박이라는 본질적 위기에서 주목을 돌리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있다. 바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촉한의 제갈량이 법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충직한 장수 마속을 처형한 고사로, 공정한 책임 추궁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 고사성어는 현대 정치에서는 종종 변형되어 사용된다. 책임을 진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꼬리 자르기’에 그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진정한 ‘읍참마속’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는 향후 대통령실의 조치와 조직 운영의 변화에 달려 있다.
반대로,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고사성어는 권력자가 자신의 책임을 감추기 위해 아래 사람들에게 무리한 업무를 지우고 희생시키는 태도를 비판하는 데 쓰인다. 최근 몇 년간 공직사회 전반에서 번아웃과 인력 부족, 실적 압박으로 인한 인재 유출이 잦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고사성어는 단지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진정성을 가진 대응인지, 정치적 계산이 깔린 ‘이벤트’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대통령실 내부의 과중한 업무 현실과 정치적 리더십의 시험대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한 명의 직원이 쓰러진 사건은 그 자체로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앞으로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로 남을 수도, 리더십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역사는 위기 속에서 지도자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조선시대 세종은 관리들의 과중한 업무를 줄이기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시도했으며, 영조는 과도한 부역을 줄이고자 균역법을 도입했다. 그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하향식 책임 통치’를 실천한 사례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말로만 유감을 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스템적 개편과 함께 공직 사회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는 단지 대통령실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지나친 경쟁과 성과주의에 익숙해진 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에게 ‘읍참마속’이 될 것인지, ‘가렴주구’가 될 것인지의 선택은 단지 문장의 문제도, 수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진짜 정치의 무게이자 대통령 리더십의 진정성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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