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나란히 퇴장하면서, 정치권의 중심은 자연스레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3대 특검’에 쏠리고 있다. 이 특검은 단순히 과거 정권에 대한 사법적 청산을 넘어, 앞으로 다가올 지방선거와 차기 정권 재창출까지 염두에 둔 강력한 정치적 포석으로 보인다.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에 각각 267명, 205명, 105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초대형 수사팀 구성은, 이재명 정권이 국가 권력을 총동원해 전 정권의 책임을 물으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내란 종식을 완수했다"고 자평하며,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을 차기 과제로 제시했다. 동시에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A- 학점’을 스스로에게 매기며, 이재명 정부 출범의 길을 원내에서 닦은 것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정청래 의원과 함께 차기 당권 레이스의 유력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퇴장은 씁쓸하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은 위법이었다”고 공개 비판하면서도, 대선 시기 그와의 명확한 절연에 실패했다. 특히 김문수-한덕수 후보 교체 파동에서 지도부의 전략적 혼선은 지지층의 분열을 낳았다. 권 원내대표는 당의 집단적 선택을 우선시했다며 자책은 피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리더십 공백과 노선 혼란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조은석 내란 특검은 “사초를 쓰는 자세로 수사에 임하겠다”고 다짐하며,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중립성과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책임을 묻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은 사법 수사라는 외피 속에 정치적 목적이 내재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게 한다. 실제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인사들을 당일 지명한 신속한 절차는 정무적 계산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이재명 정부가 3대 특검에 400억 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투입한 배경에는, 내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대의명분 외에도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와 대선 승리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 향후 정치 프레임으로 굳어진다면, 야권 전체가 방어에 급급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지속되는 수사정국이 정치 지형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이 위기 앞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당내 주류와 비주류는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각자도생 중이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과 업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지적하며, 소통과 타협 능력의 부족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는 당내 인물 간 불신과 이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김문수 전 후보는 부정선거 발언 논란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했지만, 과거 부정선거 투쟁 참여 기록이 다수 발견돼 신뢰에 금이 간 상태다. 당 지도부는 이를 제어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자칫 내부의 극단적 성향 인사로 인해 본류의 메시지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
결국, 이재명 정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단순한 과거사 수사가 아니다. 국정의 명분을 앞세워 보수 야권의 기반을 무력화하고, 동시에 여권 내부의 권력재편 구도까지 정비하려는 정치적 수단이다. 이를 꿰뚫지 못한 채 분열을 반복하는 국민의힘은 국민적 신뢰를 다시 얻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당내 자성과 쇄신을 통해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직접 채찍을 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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