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퇴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은 위법적이었다”며 비판적인 발언을 남겼다. 또 “윤 대통령이 떠나더라도 국민의힘은 살아남아야 한다”며 당의 자구 노력을 강조했지만, 그의 발언에는 진정성보다는 책임 회피와 내부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인사의 자가당착이 엿보인다.
6·3 대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지도부 책임론과 영남권 중진의 침묵으로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다. 권성동은 “당내 분열을 우려해 의총을 취소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김용태 비대위원장과는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었고, 쇄신안을 논의하려던 자리는 ‘분열 프레임’을 핑계로 무산됐다. 당 지도부가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 나오는 김용태의 목소리는 국민의 분노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탄핵의 강’을 넘어야 할 때”라며 단호히 말했다. 그러나 권성동은 회피로 일관했고, 일부 중진 의원들은 뒤에 숨어 구경만 하고 있다. 책임져야 할 자들이 앞장서지 않고, 쇄신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당을 흔든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작태는 그야말로 염치 없는 행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전통적 보수 언론조차 이번 대선 패배와 당의 내홍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이 법적 근거 없이 무리하게 시도된 것에 대해 언론과 법조계 모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권성동은 이제 와서 “왜 계엄이 있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이는 정치인의 무책임을 넘어 국민 기만에 가깝다.
국민의힘이 ‘정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권성동의 발언은 공허하다. 대선 패배 책임자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제대로 반성하거나 물러나지 않았다. 특히 영남권 중진들은 선거에서 100석이 넘는 의석을 잃고도 ‘재출마 의사 없음’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들이 ‘선당후사’를 외쳤던 과거의 언행은 모두 헛소리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건 개혁 쇼가 아니다. 당 지도부와 책임 있는 중진 의원들이 총사퇴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결단이다. 쇄신은 말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기득권의 포기로만 가능하다. 지금처럼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 행태는 국민의 냉소만 자아낸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당, 염치를 잃어버린 정치인들에게 표로써 분명히 심판해야 한다.
정치인의 책임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시작되고, 국민의 권한은 그들을 퇴장시키는 데서 발휘된다. 국민이 심판하지 않으면, 그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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