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울대 학부생 1057명을 대상으로 한 정치의식 조사가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이 5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실시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35.1%의 지지율로 가장 높은 선택을 받았다. 그 뒤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7.5%로 이었으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7.7%에 그쳤다. ‘지지 후보 없음’ 응답률도 24.4%에 달해 젊은 층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불만을 반영했다.
성별에 따른 지지율 차이는 특히 두드러졌다. 남학생 중 약 절반에 가까운 49.5%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18.8%, 김문수 후보는 8.0%를 기록했다. 반면 여학생은 이재명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해 43.5%였고, 이준석 후보는 8.5%에 머물렀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남녀 모두에서 7% 내외의 낮은 지지를 받았다. 이는 각 후보와 정당이 성별과 세대별로 상이한 지지층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준석 후보 지지자들은 그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공약을 가장 큰 지지 이유로 꼽았다. 약 78%가 정책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정치적 이념이나 후보의 도덕성·경력보다 정책 실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젊은 세대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미래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는 “젊은층 사이에 개혁적이고 현실적인 보수 정치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성 정치인 중 이 같은 수요를 충족시키는 인물이 부족해 이준석 후보가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동시에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한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7.7%에 그친 점은 당 차원에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젊은 유권자들에게 국민의힘이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정책 비전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녀 모두에서 균형 잡힌 지지 기반 확보에 실패했으며, 청년층 공략 전략의 부재가 아쉽다.
국민의힘은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구체적 정책과 개혁적 이미지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기존 지지층에만 의존하지 않고, 청년들의 현실적 문제 해결에 집중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당내 세대 교체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노력도 요구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여학생을 중심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남학생 지지율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진보 진영이 젊은 여성층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남성 청년층에게도 보다 폭넓은 호소력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민주당 역시 청년층의 다양한 요구를 세밀하게 반영하는 정책과 소통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지지 후보 없음’ 응답이 24.4%에 이른 점은 전체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도 여전하다는 신호다. 이는 모든 정당이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정치에 대한 신뢰 회복과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서울대 학부생 조사 결과는 각 정당이 젊은 세대의 정치적 가치와 현실적 요구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영하느냐가 향후 정치 지형 변화에 결정적임을 시사한다. 구체적인 정책, 개혁적 이미지, 세대별·성별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전략이 각 정당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정치권이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젊은 유권자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그들이 바라는 변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한다면, 미래 한국 정치가 보다 건강하고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각 후보와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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