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또다시 격랑 속에 빠졌다. 대선 패배 이후 당 내부는 혼돈과 책임 공방, 그리고 노골적인 계파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쟁, 최수진 의원의 '반성문' 논란, 진종오 의원의 '계엄 옹호 비판', 홍준표-한동훈 간의 날선 신경전까지, 당은 이제 명백히 '내분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역대 비대위 체제를 되짚어 보면, 이는 항상 리더십 공백이나 선거 패배 이후 ‘과도기적 체제’로 등장했다.
2016년 총선 패배 후 김희옥 비대위, 2020년 총선 참패 후 김종인 비대위, 2022년 이준석 체제 붕괴 이후의 주호영-정진석 비대위 모두가 당의 위기를 일시적으로 수습하는 역할에 그쳤다. 비대위 체제의 공통점은 '한시적 정리자'였지, '미래를 열 주도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21대 대선에서 참패한 후에도 비대위 체제를 고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당의 활력을 마비시키고 내부 분열만 키우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에서 벗어나, 정당성 있는 ‘당대표 체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당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한 지도부 선출만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이재명 정권과 맞설 정당한 정치적 무기를 갖게 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선 더 이상 내홍에 머무를 수 없다. 당은 새로운 대표 체제를 중심으로 수도권 재건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공정한 제도 개혁을 통해 한동훈 전 장관과 같은 외연 확장형 인물을 포용할 준비도 해야 한다.
현재 당내에서 한동훈을 '배신자'로 낙인찍거나, 홍준표를 '구시대 인물'로 몰아세우는 것은 결코 건설적이지 않다.
서로를 향한 비난과 반목이 아니라, 정책과 혁신 비전 중심의 경쟁이 필요하다. 특히 ‘계파 불용 조항’처럼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실질적으로 특정 세력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되레 당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수도권 민심은 통합과 공정을 요구하지, 감정적 분열을 용납하지 않는다.
당의 생존 전략은 명확하다. 첫째,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강력한 대표 체제를 구성할 것. 둘째, 공정과 혁신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수도권 중도층과 청년층의 이탈을 막을 것. 셋째, 이재명 정부의 무능과 편향성을 정책·제도 영역에서 정면으로 비판하며 실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 이 세 가지 전략 없이는 제1야당으로서의 존립 근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당의 분열을 봉합하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선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구조 개편과 인식 전환이 동반돼야 한다.
그 중심에는 ‘책임 있는 당대표’, ‘공정한 인사 시스템’, 그리고 ‘미래지향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더 이상 반성문 정당이 아닌, 미래를 열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변화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정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정치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명 대통령의 “과로 직원 유감 표명”, 진정성인가 전략인가? (0) | 2025.06.13 |
---|---|
3대 특검에 577명 투입…이재명 정부의 ‘적폐청산’은 선거 전략인가 (2) | 2025.06.13 |
“반성 없는 권력 집착, 이제는 국민이 심판할 차례다” (2) | 2025.06.13 |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와 한미동맹: 성공을 위한 과제와 조건 (7) | 2025.06.11 |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와 전임 정부 인사 협력, ‘지조’와 ‘선비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다 (0) | 2025.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