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신 한국산 선택한 러시아…제주 감귤 수출 효자 노릇

러시아가 최근 몇 년간 중국산 감귤 대신 제주산 감귤을 대거 수입하면서,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귤수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산 감귤 수출량 3347톤 중 절반 이상인 1775톤(53%)이 러시아로 수출됐다. 이는 캐나다(558t), 미국(324t), 싱가포르(150t) 등 다른 국가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이후에도 꾸준히 제주산 감귤을 수입해왔다.

2023년에는 전체 수출량의 56.5%인 1977톤, 2022년에는 54.3%인 1484톤이 러시아로 향했다. 전쟁 이전인 2021년에는 무려 5466톤, 2020년에는 4391톤이나 수입하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농산물 안전 기준 강화가 있다.

러시아는 2020년부터 중국산 감귤에서 귤과실파리 및 잔류농약 문제가 불거지자 수입을 전면 중단했고, 이로 인해 제주산 감귤이 대체재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로 2019년 러시아의 제주 감귤 수입량은 687톤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약 6배 이상 급증했다.

 

제주산 감귤은 신선도와 당도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제주와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운송 시간이 짧아 품질이 유지되고, 맛도 중국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러시아 현지 바이어들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서 인기가 적은 큰 사이즈의 감귤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애매하게 취급되는 감귤의 해외 판로가 열리고, 결과적으로 제주 농가의 수익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감귤수출연합은 2021년 12월에 제주의 지역 농협들과 영농조합법인이 출자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23개 수출업체가 회원사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꾸준한 품질 관리와 수출 확대를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협 제주본부 관계자는 “러시아는 물류 여건도 유리하고 감귤의 품질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향후 전쟁이 끝나면 수출 확대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는 러시아가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품질과 안정성을 기준으로 수입처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러시아는 감귤만큼은 중국보다 한국을 더 신뢰하고 선호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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