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윤리와 재벌의 흥망 : 한국 전통 장례 문화와 현대 기업의 관계

한국의 전통 풍수는 단순한 지리적 요소를 넘어서, 사람의 삶과 죽음, 그리고 도덕적 가치까지 아우르는 깊은 철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풍수윤리는 특히 묏자리를 잡을 때, 그 사람의 도덕적 자격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우리가 풍수와 명당을 이해하려면 평소 산에 등산을 가서 편안한 쉴 곳을 찾는 원리와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음지가 좋고, 어떤 사람은 양지가 좋은 원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적악자, 즉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악행을 저지른 이가 명당에 묻힌다고 해서 후손이 복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덕적 자격이 갖춰진 적선가, 충신, 효자만이 명당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명사들은 묏자리를 잡아 줄 때, 의뢰인의 사주와 관상을 면밀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사람의 품성이 괜찮은지, 덕을 베풀 만한 사람인지,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사주나 관상이 시원찮으면 묏자리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필자가 아는 풍수 도사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이러한 사람을 만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의뢰인의 직업과 주변 평판도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고 돈을 번 사람인지, 선대의 업적은 어떤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만약 지관이 돈에 눈이 멀어 적악자인 의뢰인에게 명당을 알려주면, 그 지관은 천벌을 받게 된다고 지리서에는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서만 명당에 들어가야 발복하는 법이었습니다.

 

죽음은 공포와 불안을 동반합니다.

조선시대의 유교는 죽음 이후에 대한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았지만, 풍수는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풍수에서는 살아 있는 집을 양택(陽宅)으로, 죽은 자의 묘를 음택(陰宅)으로 구분합니다.

묘지에 '택'(宅)자를 사용한 것도 삶과 죽음의 순환을 강조합니다.

 

풍수는 우리의 조상들이 죽음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 옆에는 조상 묘지가 나란히 위치해 있어, 가족의 삶과 죽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구조입니다. 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후손들을 위한 배려의 일환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최근 수목장이 법제화될 움직임이 생기면서 전통 장법에 변화가 예상됩니다.

수목장은 환경 친화적인 장례 방식으로, 고인의 유골을 나무 아래에 모시는 방식입니다.

이는 조상에 대한 존경과 자연과의 조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벌과 관련된 풍수 이야기는 종종 '도시 전설'처럼 회자됩니다.

흥망성쇠가 빠른 재벌일수록 풍수 괴담이 더욱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점에서, 재벌의 성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말한 "운(運)·둔(鈍)·근(根)"은 땅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땅의 내력, 위치, 건물의 형태 등 여러 요소가 기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 롯데는 체비지를 팔아 현찰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당시 신격호 회장은 이를 수용하며 운이 따랐고, 결국 대박을 터뜨리게 됩니다.

이는 운과 기다림, 그리고 근성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풍수는 단순한 지리적 요소를 넘어서, 삶과 죽음, 도덕적 가치, 그리고 현대 경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전통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풍수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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