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컨버터블의 역사: 격동의 1990년대와 그 여파

1990년대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있어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대우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였죠. 오늘은 이 시기에 양산에 가까운 형태로 제작된 한국산 컨버터블 모델들을 살펴보며, 그 당시의 열정을 느껴보려 합니다.

현대차는 SLC 콘셉트로 도쿄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국산 최초의 쿠페 ‘스쿠프’의 후속 모델인 ‘티뷰론’의 컨버터블 모델을 준비했습니다. 이 모델은 양산을 염두에 두고 매우 완성도 높은 형태로 공개되었지만, 아쉽게도 수지타산 문제로 양산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 차량은 현대 남양연구소에 보관되어 있으며, 가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티뷰론 컨버터블은 당시의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모델이었습니다.

또한, 현대차의 투스카니도 빼놓을 수 없는 모델입니다. 2000년대 중반에 인기를 끌었던 투스카니는 ‘Coupe Cabriolet Study’라는 이름으로 컨버터블 사양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모델은 공전의 인기를 끌었던 콘솔게임 ‘그란 투리스모’에도 등장하며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디자인은 기본 모델과 유사하지만, 헤드램프와 휠 디자인에서 차별화된 점이 있었습니다.

기아는 ‘기아 산업’ 시절, 엔지니어의 광기가 서린 차종들을 선보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로터스 2세대 엘란을 도입한 것입니다. 이 모델은 고회전형 엔진을 장착하고, 대당 1,500만 원가량 손해를 보면서도 판매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아는 당시의 경쟁 모델보다 작지만 민첩한 차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아는 준중형차 라인업인 세피아를 기반으로 한 컨버터블 쇼카도 공개했습니다. 이는 마쓰다로부터 기술 원조를 받던 시절의 기아가 자사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결과로 해석됩니다. 세피아는 경쟁 모델인 엘란트라와 르망에 비해 더 민첩하고 경쾌한 움직임을 자랑하며, 당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우 브랜드에서도 국산 컨버터블에 대한 열정이 엿보입니다. 1994년 공개된 No.1 콘셉트카는 실제 구동이 가능한 모델로, 이후 출시된 ‘라노스’의 디자인 모티브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대우는 당시의 자동차 시장에서 독창적인 시도를 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이렇게 양산형에 가까웠던 한국산 컨버터블 모델들을 살펴보니, 한국의 모터스포츠와 자동차 산업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제네시스가 X 컨버터블 쇼카를 공개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한국산 컨버터블이 시장에 등장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과거의 열정이 현재와 미래의 자동차 산업에 어떻게 이어질지, 그 흐름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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