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와 한국교회: 정의와 평화의 길을 찾아서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한국 부산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열립니다. 이번 총회는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중요한 행사로, 전 세계 110개국의 349개 교회에서 약 7000명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예배와 성서 연구, 현대 사회의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에게 정의와 평화의 길을 보여주소서"로,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적절한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WCC 총회 한국 개최의 의의

첫째,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한국개신교의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개신교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민족의 고난에 동참하며 교육, 사회복지,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기여해왔습니다. 특히 한국개신교는 일본 식민지 시대에 민족 자주와 독립을 위해 투쟁했으며, 이후 민주화 운동에도 헌신했습니다.

둘째, 이번 총회의 주제는 한국이 처한 모순된 현실을 잘 반영합니다. 한국교인들은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으며, 이는 남북한의 평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한 핏줄을 나눈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60여 년간의 적대적 관계 속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도한 군사비 지출은 국민의 복지를 해치고 있습니다.

셋째, 사회경제적 정의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남북한의 대결로 인한 불평화는 북한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남한 사회에서는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과 금융자본의 탐욕은 한국의 노동자들을 고통 속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교회 일치 운동과 WCC의 역할

WCC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단순히 교회 간의 연합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분열된 교회"와 "분열된 인류"의 화해와 일치를 모색하는 운동입니다. 초기 에큐메니칼 운동의 출발점은 갈라진 교회들 간의 통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불의와 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1948년 아암스테르담에서 열린 WCC 창립총회에서는 신학적으로 대립하는 두 입장이 존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실용주의적 현실주의를 주장하는 덜레스가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복음의 진리를 강조하는 칼 바르트가 있었습니다. 이 두 입장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970년대부터는 해방신학적 민중신학이 대두되면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초점이 변화했습니다. 정의와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이 주요 주제로 부각되었고, 이는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한국교회의 자기 성찰과 갱신

이번 WCC 부산총회를 계기로 한국교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성찰해야 합니다.

첫째, 에큐메니칼 운동의 초기 정신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모색해야 합니다.

단순한 교회 간의 친목이 아닌, 그리스도의 진리와 일치하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 한국교회는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힘에 휘둘리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하나 되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이는 교회가 세상의 권력에 종속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셋째, 한국의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무원칙한 타협은 배격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정의와 평화의 길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WCC 부산총회는 한국교회가 정의와 평화의 길을 찾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선교의 길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의 열매는 평화요, 의의 결실은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다."(사 32:7)


손규태·성공회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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