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퇴를 선언하며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가운데, 정치권은 다시금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국회에서 원내대표실로 향하던 도중 카메라에 뺨을 맞은 해프닝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고, 그의 표정과 반응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카메라에 맞았다”며 웃었지만,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왜 그렇게 꼬라보냐”며 그를 비판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이 분출되는 가운데, 권 전 원내대표의 사퇴는 단순한 자리 내려놓기가 아니라 당 전체의 쇄신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 그는 “국민의힘의 분열에 대한 뼈아픈 질책”이라고 스스로 평가하며, 더 이상 변명도 회피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간 국회 권한 재조정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반환 요구에 “피식 웃음이 났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상임위는 2년 단위로 협의되는 것이며, 단지 원내대표가 바뀌었다고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는 지도력 공백과 분열로 흔들리고 있으며, 국회 내 협상력도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분열이 국민 앞에서 정치권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에게 이러한 정당성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제는 체계적으로 돌아가겠지만, 사법의 독립성과 민주주의 원칙은 쉽게 훼손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인사, 즉 이재명 대통령 측근 또는 변호인이 헌법재판관과 법무장관으로 기용되는 사례는 이런 우려를 더욱 부채질한다. 이는 대통령의 레임덕이 아니라, 출범과 동시에 권력의 방향성이 의심받는 ‘취임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권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면, 성장의 그림자는 민주주의의 후퇴로 드리워질 수 있다. 이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보여준 모델과도 유사하다.
당시 한국은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 대가는 정치적 자유의 억압과 사법의 왜곡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또다시 유사한 기로에 서 있다. 경제는 살아날 수 있지만, 정치와 사법, 언론의 자유는 위협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부 분열을 수습하지 못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하나의 목소리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야당으로서의 견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이로 인해 권력은 더욱 독주하게 되고, 민주주의의 토대는 점차 무너질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은 지금이야말로 단결하고 방향성을 재정립할 때다.
더 이상 과거의 패권 싸움이나 지역 기반 정당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사퇴가 그 단초가 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반대로 이를 통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후퇴의 책임은 그 누구보다 보수 정치에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기싸움이 아닌, 국민을 위한 명확한 메시지와 실천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경제는 돌아가지만, 민주주의는 죽어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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