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되면서, 한국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산 철강과 전기차 부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제조기업들의 수익성과 시장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중국, 유럽, 캐나다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적용해 왔으며, 이는 세계 자유무역 질서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복 조치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공급망과 외교 질서 전반에 혼란이 확대되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 관세로 대응했고, 이는 미국 농업 지대의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도 전기요금 인상, 필수 의약품 수출 제한 등 강도 높은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 기존 무역 틀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되었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북미 시장에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에서 연간 약 61조 원, LG전자는 약 23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각 사 전체 매출의 25~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북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고율 관세는 곧바로 수익성 저하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응해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의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중남미와 아시아 지역의 생산거점 재조정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미국산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급 철강의 품질 문제 등은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으로 남아 있다. 단순한 생산 이전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 차원을 넘어서, 미중 간 패권 경쟁이라는 국제 정치경제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면서, 동맹국들에게도 일정한 비용과 책임을 분담시키고 있다. 한국 역시 이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이자 동시에 부담을 안은 당사자로서 위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내 생산 인프라 확대, 부품 공급망 다변화, R&D 강화, 제3국과의 협력 체계 구축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정부 차원의 외교 전략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대 김대종 교수는 “관세 협상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관세 확대가 철강 부품을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 농기계, 보일러 등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산될 경우, 이는 단일 기업 차원을 넘어서 한국 철강 산업 전체에 구조적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이 지금 한미 통상 전략을 전면 재점검하고, 새로운 무역 질서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중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 수출 다변화와 기술 자립을 강화하며 자국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미래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에게도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고율 관세 이슈는 단순히 가격과 수출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속에서 한국 산업이 어떤 전략과 협상력으로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힘을 모아 외교, 기술, 산업 구조 개편을 종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전방위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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