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중국 공급망 외교': 미래차 부품 시장을 선점하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시장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이는 중국의 첨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과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주요 부품 구매자라는 점에서 '경쟁적 협력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을 외면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외국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통해 투자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중국 방문 중 주요 기업 CEO들과의 회동을 통해 '공급망 외교'를 펼쳤습니다. 23일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는 팀 쿡 애플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글로벌 기업 CEO 80여 명이 함께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후 보아오포럼이 열리는 하이난다오로 이동해 개막식에 참석하고, 중국 대표 기업 CEO들과의 회동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이 회장은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과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모두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올해 중국에서 약 165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기차의 전자제어 시스템에 필수적인 다양한 반도체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이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MCU(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 파워IC(PMIC), 차량용 이미지센서, 5G·V2X 통신칩 등 다양한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용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전기차에 필요한 다양한 배터리 폼팩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만은 차량 내 디지털 콕핏 시스템과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브랜드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부품 기업의 급성장도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삼성의 공급망 위상을 높이 평가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주류 스마트폰 브랜드의 플렉서블 OLED 화면 현지화율이 98.2%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삼성의 공급이 끊겨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나타냅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21.6%로, 20.4%인 미주 매출 비중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 내 위상을 재확립할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중국은 삼성전자의 주요 생산 거점으로, 시안 반도체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중국 메모리 생산시설입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40%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카메라 모듈과 OLED 패널 모듈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시 주석과의 독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내 기술 협력과 공장 운영의 지속 가능성,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은 고성능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배터리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 고객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시 주석을 처음 만났으며,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재용 회장의 '중국 공급망 외교'는 삼성전자가 미래차 부품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어떻게 이 기회를 활용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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