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그냥 사고 아니다 – 유통사업은 투기판이 아니다!

지난 3월, 홈플러스 본사 앞이 시끌시끌했습니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단체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죠. 이유는 하나. “우리가 홈플러스 때문에 돈 날렸다!”라는 겁니다.

이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고, 유통업계의 경고등이었습니다.

 

이른바 ‘홈플러스 단기채권 사태’의 핵심은, 홈플러스가 회사 사정이 엉망진창이었으면서도 그걸 숨기고 820억 원짜리 단기 채권을 발행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집에 불 나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옆집에 불붙은 초대장을 돌린 셈이죠.

 

그런데 이 사기극(?)의 중심에 누가 있었느냐?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입니다. 미국 시민권자시고, 투자업계의 큰 손이죠.

검찰은 그분을 딱 보고 “이건 아닌데?” 싶어서 출국정지 딱 걸어버렸습니다.

김광일 MBK 부회장과 홈플러스 대표도 같이 걸렸습니다.

세 분 모두 현재 비행기 못 탑니다. 잠시 출장이 아니라, 출구 없음 상태입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떨어진 지 며칠 안 돼서 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했고, 곧바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니까 신용등급 하락 직후 채권 발행 → 바로 법원에 손들기. 이 순서가 너무나 “계획적”이라 사람들이 화가 난 거죠.

“이거 알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 라는 겁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갑자기 날벼락 맞은 셈이죠. “홈플러스니까 믿고 투자했는데,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하는 거죠.

회사는 망하기 직전인데, 투자받아 급한 불 끄고 도망간 느낌. 이러면 당연히 검찰이 나설 수밖에요.

 

게다가 이 사건은 단순한 기업의 재무 위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보여줍니다.

유통산업은 기본적으로 ‘체인스토어’ 방식, 즉 시스템과 규모로 움직이는 비즈니스입니다.

여긴 투기판이 아니라, 신뢰와 운영 효율성으로 버티는 사업입니다. 하루 이틀 반짝 하는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중요한 유통기업이 사모펀드에 넘어간 뒤, 재무 설계가 아니라 재무 ‘쇼’가 되어버리면 문제가 생깁니다.

홈플러스가 우리 동네에 생필품 파는 기업에서 갑자기 투자 리스크 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검찰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17일, 김 회장이 영국 런던에서 귀국할 때 인천공항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딱 들이밀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왜 이런 짓을 했는가?”를 물어보겠다는 거죠.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 사태를 보며 “역시 시스템 무시하면 이렇게 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예산된 ‘인재(人災)’입니다.

돈 몇 푼 더 벌자고 신뢰를 깨뜨리면, 시스템 산업 전체가 흔들립니다.

유통산업은 규모의 경제, 효율의 과학, 시스템 공학의 영역이며, 신뢰의 예술입니다. 투기판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야죠.

 

우리 동네 마트가 갑자기 사기극의 무대가 되면, 다음 피해자는 누가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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